디 워, 진중권, 그리고 또 한국사회...

http://image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detail&query=%B5%F0%BF%F6%20%C1%F8%C1%DF%B1%C7&from=image&ac=-1&sort=0&res_fr=0&res_to=0&merge=0&start=3&a=pho_l&f=nx&r=3&u=http%3A%2F%2Fblog.naver.com%2Flearz%3FRedirect%3DLog%26logNo%3D10020606546

http://sports.khan.co.kr/news/sk_index.html?cat=view&art_id=200708101949483&sec_id=540101&pt=nv

도대체... 뭣들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까놓고 말하자. 난 디워 아직 못 봤다. 아니 안 봤다.

대놓고 얘기를 하면, 난 일단 스펙타클하고, 덩지 크고, 볼 거리 많은 영화들만 보면 미친다. (트랜스포머나 스타워즈 같은 영화 보면서 가슴 아파하면서 눈물 흘리고 그런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심형래는 어떤 의미에서 나의 꿈과 같은 존재이다. 나도 심형래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난 왜 디워를 '안' 봤을까?

심형래의 영화철학(이라고 할 것까지 있나?)이 싫어서이다.

영화는 때려 죽여도 플롯과 연출이다. 가정용 SF는 플롯도 없고 스토리도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도대에 어떤 가정용 SF가 개판 5분 전의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었나 생각해보자. 국민 대다수가 유치 짬뽕이라고 싫어하는 특촬물에도 기승전결은 있다. 그 기승전결은 일반적으로 인과관계를 통해 글을 이어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디워를 안 봤기 때문에, 플롯이 이렇다 저렇다라는 말은 안 하겠다. 진중권은 Deus Ex Machina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지만, 까놓고 말해 이 '기계의 신'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플롯은 없다. 문제는 이 기계의 신이 결정적인 상황에 개입을 하는가 마는가이다.
얘기가 잠깐 샜는데... 심형래의 영화철학이 싫은 이유는 바로 심형래가 공공연히 말했던 '스토리가 무슨 필요?'에 대한 반감이다. 어느 새 스토리 허접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트랜스포머도 지구인들이 오토봇과 함께 힘을 합쳐 디셉티콘을 물리치게 만들도록 하기위해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만든다. 오토봇들이 지구 소년의 집 몰래 잠입해서 화단을 부숴놓고 도망간다든지 하는 부분은 모두 이런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다.

디워를 안 봤기 때문에 디워에 대한 스토리를 말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겠지만, 세 줄 요약하면 이렇게 말하는 것이 가능하겠지.

1. 괴물이 나타난다.
2. 인간이 괴물에게 쫓기며 괴롭힘 당한다.
3. 선한 괴물이 악한 괴물을 물리친다.

그럼 불후의 명작이라고 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세 줄 요약해 볼까?

1. 부자 아버지가 죽는다.
2. 큰 형이 그 살인범으로 누명을 쓴다.
3. 막내가 큰 형을 탈출시킨다.

세상의 '뻔하지 않은 스토리'란 드물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로 무언가를 만들 경우 보는 관객들이 상당히 불편함을 느껴 재미를 느끼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이다. 시나리오는 그 뻔한 스토리를 재미있게 만드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외계에서 온 변신 로봇 얘기에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뻔한 얘기를 재미있게 말하는 스토리 텔링 능력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심형래의 영화철학은 처음부터 그를 부정한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보면서 "어차피 죽을 외계인이 지구에 왜 왔냐?"며 헐리우드 영화의 스토리도 어차피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한다. 그리고 심형래는 영화의 모든 요소를 비주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형래의 이런 태도는 뻔한 이야기의 플롯을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수 천 년동안 골머리를 썩인 모든 극작가들을 순식간에 모두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심형래의 질문은 본질이 잘 못 되었다. '외계인이 왜 지구에 왔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구인들이 외계인을 어떻게 처부술 것인가?'가 이야기의 본질인 것이다. 지구인들이 어떻게 외계인을 처부술 것이며, 지구인들이 외계인에게 공격받으면서 느끼는 좌절감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발견할 것인가가 이야기의 본질이다. 심형래의 질문은 농담이었다고는 해도 질문의 방향부터 잘못 되어있다.

다시 시나리오 얘기로 돌아가자. 영화의 기본은 시나리오이다. 이것은 마치 건축물의 근본이 설계도인 것과 같다. 설계가 잘못된 건물에 인테리어 아무리 잘 해 봤자 그건 위험 덩어리이다. 비주얼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시나리오 쓰레기라면 그 영화는 손을 보기 전에는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다.

난 서커스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감히 경솔한 말을 한 마디 하자면...

심형래는 서커스와 영화를 혼돈하고 있다.

서커스는 처음부터 보여주기 게임이다.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교가 이 정도입니다. 그러니 기교를 즐겨주세요.'이다. 그러나 영화는 다르다. 영화는 일종의 비빔밥이다. 비빔밥에 계란 프라이가 아무리 맛이 있다고 해도 다른 푸성귀가 맛이 없으면 좋은 비빔밥이 아닌 것처럼, 영화는 시나리오를 비롯한 모든 부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영화가 괜히 종합예술이 아닌 거다. 영화를 재미있게 하는 것은 비주얼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다. 터미네이터 이후 비주얼이 영화의 전부라 생각하고 생각없이 만든 '블럭버스터'들이 죽을 쑨 예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들을 본 소감은 영화는 참 재미 없으면서도 이상하게 돈이 안 아까운 기묘한 경험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심형래의 인생역정은 나의 꿈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것을 용기가 없어서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심형래라는 사람의 열정을 존경한다. 그러나 사람이 잘 생겼다고 그가 입은 옷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

두 번째 얘기.

진중권. 말 참 시원하게 잘 했다. 진중권이 말을 시원하게 잘 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디워에 대한 논쟁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었기 때문이다. 진중권의 말 대로, 디워의 극성팬들은 디워에 대한 비판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반면에 디워의 안티(?)들은 디워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들어가보자. 디워는 그저 영화이다. 영화를 보고 영화가 재미없다고 얘기하는데, 재미없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욕하고 있는 것이 디워의 극성 팬들이 하는 짓거리이다.

개인적인 얘기 하자. 2001년 파이널 판타지가 영화화되었다. 극장에서 봤다. 재미 지지리 없었다. 그런데 돈이 안 아까웠다. 이유는 위에서 말했다. 연출을 비롯한 시나리오가 엉망이었고 플롯이 맥아리가 없었는데, CG 하나는 되게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신기해서 나중에 DVD 버전이 나온 다음에 또 봤다. 한 두 어 번 더 봤을 거다. 1998년 국내 개봉한 스폰도 그랬다. 하여간 재미는 되게 없었지만, 파이널 판타지 영화판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번을 봤다. 그런데 나중에 사람들이 나보고 한심하다고 하더라.

또 다른 얘기. 1996년 인디펜던스 데이 개봉 했을 때, 되게 재미있게 봤다. 감동하면서 눈물 흘리면서 봤다. 지금도 난 그 영화 좋아한다. 그래서 DVD 샀다. 그랬는데 내가 그 DVD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본 어떤 인간이 나를 완전 벌레 보듯 하더라. 미국 빠돌이라고...

내가 좋으면 남이 싫든 말든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 거다.

그런데 다들 왜 호들갑일까?

난 우리 사회가 이렇다 저렇다라는 말을 하기 되게 꺼려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는 꼭 저런 인간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남이 까면 용서를 안 한다. 반면에 자신이 싫어하는 것 남이 좋아하면 사람 병신 취급한다. 왜 그럴까? 자기가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유치한 방법이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초딩적인 발상이다. '넌 아직도 만화영화 보냐? 우리는 (너보다 정신연령이 높아서) 어른들 보는 드라마 보는데...' 이런 거다.

디워에 대한 진중권의 지적은 옳다. 통쾌할 정도로 옳다. 디워의 팬들이 정말 그 영화를 사랑한다면, "평론가가 뭐라 하든 말든 난 디워가 좋다"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평론가가 이런 말을 하고 저런 말을 하면, '난 그래도 그 영화가 좋아'라는 태도로 가면 되는 거다. 주위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슨 욕을 하든지, 난 인디펜던스데이가 좋다. 그럼 그것으로 끝이다.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추해보일까? 지나가는 사람 DVD 보고 욕하는 사람과 그 영화를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

지금 디워 팬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태는 심형래 컴플렉스의 복사판이다. 한국 사람이니까 봐 '줘야' 한다. 심형래가 거지인가? 봐 '줘?' 영화감독에게 무슨 동정하나? 심형래가 그런 동정을 바란다면 미국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제로인 사람 밖에 안 된다. 영화를 순수히 좋아하는 디워 팬이 아니라 봐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디워 팬들은 지금 심형래에게 독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걸음마를 떼려고 하는 어린 아이가 다칠까봐 보행기에서 내려주지 않는 부모인 셈이다.

심형래가 충무로에 느끼는 컴플렉스, 미국에 느끼는 약소국민으로서의 컴플렉스가 모두 디워의 '애국팬(디워 팬을 전부 싸잡는 것은 아니다.)'에 녹아있다. 한국에서 만들었으니 한 번 도와주자. 그리고 그들은 자부심보다 컴플렉스가 크니 심형래와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대규모 공격을 벌이고 있다.

디워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재미를 느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제발 디워에 대해 재미 없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돌을 던지지는 말아라.

언제쯤 되어야 남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까?

P.S. 심형래는 개그맨이라서 욕을 먹고, 임하룡은 개그맨인데도 영화상을 받았다. 그 대답은 심형래에게 있다.

by 빌게이츠 | 2007/08/10 21:42 | 세상 얘기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billgates.egloos.com/tb/333002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초코미야 at 2007/08/10 22:09
밸리에서 보고 들어왔는데, 시원하네요. 글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netphobia at 2007/08/11 01:25
정말 속시원합니다. 괜히 감사한 마음까지... ㅜㅜ 어제 100분토론은 정말 보고싶어도 속이 뒤집어 질것 같아 보지 못했습니다.
Commented by 姜군 at 2007/08/11 14:10
이글루스가 좋은 것 같습니다...요즘에 디워 괴담도 돌던데요...디워에 관한 글을 올리면 테러당한다라는 식의....

전 영화 봤습니다. 제 돈 주고 안 봐서 너무 다행입니다.ㅠ.ㅠ.
Commented by borichanbi at 2007/08/11 17:17
Airforce one도 좋아했잖아? 다리 떨면서 보던데...^^

이상하게 쳐다 본 사람이 난 아니겠지?
Commented by Mizar at 2007/08/12 18:34
추천하고 싶은 만큼 좋은 글이군요..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빌게이츠 at 2007/08/12 23:58
초코미야님, 넷포비아님, 강군님, 마이저님 - 읽어주시고 공감가는 댓글 남겨주셔서 제가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꾸벅~)

보리찬비 - 흐흐... 넌 너무 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그리고... 뭔가 찔리는 것이 있나보지?^^
(걱정 마, 네 얘기 아냐. 생판 모르는 어떤 인간이었지.^^)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