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게임 잡설 - 기렌의 야망

1998년 건담 20주년 기념 빅 뱅 프로젝트(1979년 4월 방영인데 왜 98년이 20주년 기념이냐면 그것은 오직 반다이만 알고 있음... 아마도 빨리 약빨 빼 먹기 위한 일종의 발버둥이었던 듯...) 기념으로 이런 저런 게임들이 상당히 봇물처럼 터져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전에도 여러 건담 관련 게임들이 많이 있어서...

1995년 처음 나온 조종 시뮬레이션(?) '기동전사 건담' 이라든지...
(조종석에 앉아있는 아무로가 되어보자는 컨셉. 다음 해에 2.0까지 나오게 됩니다.)

1996년부터 나와 1997년 시리즈의 끝을 맺은 '기동전사 건담 전율의 블루' 라든지...
(당시 돈으로 5800엔 정도 하던 게임이 그저 스테이지 5개가 달랑 전부였습니다. 그리고는 5개씩 시리즈로 발매... 이거... 일종의 OVA???)

정말 용서받지 못할 괴작인 '기동전사 제타 건담(1996년 1부 발매, 1997년 2부 발매. 이거... 2D 횡 스크롤 슈팅입니다. 메카닉의 높이가 모니터의 1/3 정도를 차지합니다. 조작감이 더러워 조작 하다가 속 터집니다.)'이라든지 하는 게임이 줄기차게 나와 줍니다.

그래서 그 당시까지만 해도 '건담 게임 = 쓰레기'라는 공식이 거의 떠나지 않던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담 게임이 꾸준히 나와주었던 이유는 바로....


건담 오타쿠들 때문....

건담이라는 타이틀만 붙어도 무조건 사는 돈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저도 포함... ㅠ_ㅠ) 건담 오타쿠들 덕택에 건담 게임은 기본적으로 20만장의 판매는 보장이 되었고, 그 결과 반다이는 꾸준히 건담 게임을 내게 되어 지금과 같은 메이저 게임 제작사의 지위를 거머쥐게 됩니다. 하지만 건담 게임이라고 꼭 다 쓰레기는 아니었던 모양이어서...


지금의 SD 건담 G 제너레이션 시리즈의 전신이었던 수퍼 패미컴용 G 시리즈 같은 수작도 제법 등장하죠. 지금의 G 제너레이션 시리즈가 수퍼로봇대전같은 턴타임 배틀인데 반해, G 시리즈는 전투 모드는 2D 횡스크롤 슈팅으로 바뀌는 데다가 최대 4인용까지 가능합니다. 덕택에... 한 화면에서 즐기는 횡스크롤 슈팅 대전도 펼쳐볼 수 있었죠. ㅎㅎ


뭐, 어쨌거나... 그래도 '건담 게임 = 쓰레기' 라는 공식은 여전한 상황이었는데... 1997년 괴소식이 들려옵니다.


"기동전사 건담 기렌의 야망" 제작중...


이 게임은 기렌이라는 이름을 유명세에 떨치게 만든 계기가 됩니다. 사실 샤아니 아무로니 하는 이름은 오타쿠들의 텍스트가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기렌이나 키시리아 하는 이름들은 그저 알만한 사람들만 아는, 잊혀져가는 이름들이었죠. 그래서 '기렌이 누구야?' 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제법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건담은 이상할 정도로 컨슈머 영상제품화가 늦은 장르입니다. 제타 건담의 비디오 테입과 LD가 겨우 1994년에 나왔다는 것도 이를 반증하죠. 지금처럼 애니 하나를 복습, 재복습 하는 그런 시대도 아니었고, 영상화도 상당히 늦게 되어서 초기의 많은 건담 오타쿠들은 TV 방영 당시의 비디오 테입을 복사 - 재복사 를 통해 본편의 애니메이션을 학습(?)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건담 필름북의 놀라운 판매고도 이런 이유 때문일 수 있을 겁니다. )


그리고 반다이는 이 기렌의 야망에 대해 대대적인 광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당신이 지온이 되어 지구권을 재패할 수 있다'는 카피 등등으로 말이죠. 이게 주효했는지 아니면 1997년부터 보여주던 반다이의 눈물겨운 노력이 게임 퀄러티의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렌의 야망은 건담 게임 사상 최초로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1998년 그 당시의 얘기가 아니라 좀 시간이 지난 뒤의 얘기지만... )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건담 게임 = 건담으로 적을 때려부수는 슈팅'이라는 공식이 거의 전무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성장형 전략게임 (일본애들 말로는 SRPG;시뮬레이션 RPG)나 전략 게임의 형태를 띤 건담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었던 셈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기렌의 야망은 어느 순간 얼렁뚱땅 하고 나온 게임이 아니었으니 여기에는 대략 서너 가지 정도의 게임 공신이 존재합니다.


1. G 시리즈


위에서 말한 G 시리즈. 그러나 1996년 등장한 G 센추리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지옥같은 로딩 시간으로 인해 완전 참패를 보게 됩니다. 액션 한 판 하기 위해 최소 1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보통 인내심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퍼패미컴판 G시리즈의 최후작인 GX 에서 보여준 '보스를 죽이면 게임 끝!'이라든지 헥사 형태의 지도 배열, 지구권과 우주권의 분할된 지도, 지형에 따른 이동력의 차이 등의 많은 요소는 그 뿌리가 대전략에서 왔다고는 해도, 이후 기렌의 야망을 만드는 데에 많은 영향과 도움을 주게 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기렌의 야망은 G시리즈의 리얼타입 확장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2. 건담 Perfect 1 Year War


그런데 1년 전쟁만을 소재로 한 전략 게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네요. 1997년 PS로 나온 건담 완벽 1년 전쟁은 화이트 베이스와 그 외 연방군으로 건담 TV판의 스토리를 즐기도록(이라고 쓰고 '고통스럽게 하도록'이라고 읽는다) 수 있게 만든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장기의 말처럼 쓸 수 있는 유닛은 오로지 화이트 베이스 대(물론 후반에 가면 연방의 GM과 살라미스 등도 사용이 가능합니다만...)가 전부였기 때문에 아무로를 떡밥으로 다구리의 반격을 방어하는 전형적인 '버튼누르기 게임'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끔찍한 폴리곤과 그래픽의 퀄러티에 반비례하는 로딩 타임. 그 어느 것도 맘에 드는 구석이 없는 괴작이 되어버리죠.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의 강점은...


"깔끔한 작화로 그린 퍼스트 건담을 다시 볼 수 있다!"


...는 것.... (OTL)


나중에... 이 게임의 애니메이션은 그 이후에 등장하는 여러 건담 게임(PS2용 건담 등등)에 계속 울궈먹어지게 됩니다.
(이 게임을 클리어한 후... 자신의 한가함에 대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이렇게 평이 나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 역시 제법 팔렸기 때문에 반다이는 1년 전쟁에 대한 시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점쳐보게 되죠.


그러나... 건담 게임의 폭주를 불러온 원흉은 누가 뭐래도...



3. 수퍼로봇대전 시리즈!


한 유닛의 전투 로딩시간 최소 1분! 한 턴의 플레이시간 한 시간 정도! 이렇게 시스템 상으로는 최악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이걸 두 번 클리어한 저도 제 정신은 아니었던 듯... ㅠ_ㅠ. 여담으로 류세이와 SRX 팀이 최초로 출연한 작품이 바로 이 녀석입니다.) 1996년 발매한 신 수퍼로봇대전은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1997년 발매한 수퍼로봇대전 F는 4차 알파의 스토리를 리메이크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동안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게 되지요. 수퍼로봇대전의 스토리 뼈대는 결국은 건담이기 때문에 반다이는 다른 의미에서 건담을 조종할 수 있는 전략 게임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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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렌의 야망 얘기로 돌아가지요.


지금 돌아보는 기렌의 야망... 기렌의 야망이 주는 건담사적 가치랄까... 하는 것이라면 말이죠.

바로 제 2의 MSV 붐을 일으켰다는 것이라고 해도 될 겁니다.


건담 모형의 가장 큰 매력은 그 세계가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세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MSV 잡지는 그것을 일종의 정형화로 바꾸어 놓아 버리지요. 물론 모형 잡지 등에서는 계속 오리지널 건담이라든지, 모델러의 오리지널러티를 가진 모형들을 계속 소개한다든지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추향과 관련된 것이었고, 다른 오타쿠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렌의 야망 관련된 상품이 나오면서 얘기가 조금 재미있게 변합니다.

예를 들면, '샤아가 건담을 타면?', '티턴즈가 건담을 만들면?', '겔구그가 아니라 갱이 지온의 주력기가 된다면?' 하는 이런 작은 가정들이 많은 if 스토리를 만들게 되었고, 나름대로 새로운 기체가 등장하는 에너지가 되게 됩니다. 기렌의 야망 인기가 절정을 찌르는 2003년 정도까지 전격하비나 하비재팬에서는, 기렌의 야망에 등장한 기체들을 은근슬쩍 상당히 지원해주는 모습들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if 스토리이기 때문에 모델러의 오리지널러티는 마음껏 들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세계관. 건담이라는 가상 세계가 if를 만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을 기렌의 야망이 마련한 것이지요.

 

다른 성공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게임도 계속 시리즈를 내게 됩니다만, 그 평가는 계속 엇갈립니다. 최초의 기렌의 야망인 세가 새턴판 이후, 역대 최대 판매량을 보였던 PS 판과 볼륨 및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변화 등의 문제로 호오가 엇갈리는 PS2판. 원더스완이라는 게임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존재조차 모르고 사라질 정도였던 원더스완판. 그저 가장 많이 팔린 PS판을 리메이크만 했다는 악평(?)을 듣고 있는 PSP판과 드림 캐스트판. 아직도 기렌의 야망은 계속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만, 한물 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네요. 벌써 10년 전의 게임이니까 말이죠. ㅎㅎ


항상 느끼는 것... 게임도 그렇고... 모든 장르가 완성되고 정형화되면 그 시스템에 대한 혁명적인 시도는 오히려 올드 유저들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올드 유저들은 계속 머물러 있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중도를 걸을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할 겁니다. 기렌의 야망도 이런 면에서 개혁이 계속 필요한 게임이었습니다만, 그 개혁에 대한 시도는 별로 보이지 않고 그저 옛 게임을 울궈먹기만 하려는 모습이 너무도 아쉽기만 했습니다. 어쩌면... 그저 고정 판매층만 팔아먹고 다른 게임으로 전환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요.

개인적으로... 제타에서 더블제타까지의 시기를 다루는 기렌의 야망과 같은 게임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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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게이츠 | 2007/09/10 17:38 | about Gundam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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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빌게이츠 at 2007/09/10 19:03
수정합니다. - 건담 빅뱅 프로젝트는 '건담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가 아니라 '건담 20주년 맞이 빅뱅을 위한 사전 프로젝트'였음.
해서 일종의 EVE(전야제) 개념으로 98년부터 시작했고 딱 20주년에 맞춘 99년 4월9일 턴에이가 그 빅뱅(?).
참고로 반다이 단독이 아니라 선라이즈/반다이 공동 주관이라는군요.

자쿠러님께서 보내신 의견입니다.^^
Commented by ROID at 2007/09/10 19:05
//류세이 srx는 슈퍼 히어로 작전이라는 게임에서 먼저 나왔었죠..
rpg게임이고 주인공이 잉그람/비렛타 프리스겐(알건탑승)
마지막 보스가 유제스인.. 이떄 아야는 금발이었었고..
제가 기억하는 가장 로딩이 극악인 게임...
Commented by 나름대로 at 2007/09/10 23:57
밸리에서 보고 왔습니다.
기렌의 야망은 대전략 시스템을 건담 게임에 도입할 수 있다라는 걸 성공적으로 보여줬었지요. 비록 PS2판의 부진으로 반다이의 라인업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지만... 건담게임의 특성상 언제 다시 부활할지는 모를 일입니다.(개인적으론 어드밴스드 대전략을 손댄 경험이 있는 세가와 합작해서 만들어줬으면 합니다만...)

블루 데스티니 시리즈도 건담게임史(?)적 가치는 매우 높은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놈의 짤라먹기 신공으로 3부작이 되었지만... 스테이지 구성이나 스토리, 조작감은 이 게임에 들어서면서 비로써 게임이라 불러줄 만한 것이 되었지요.(뭐 좀 낮춰말해서 평작... 건담게임은 평작만 되어도 성공이라는 이 안습한 공식이란...-_-;)
이후 나오는 건담 시뮬레이터 게임들이 이 게임의 성공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걸 볼때 블루 시리즈도 건담 게임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빌게이츠 at 2007/09/11 15:51
ROID님 - 수퍼히어로작전은 1998년 나온 작품입니다.

이 때 SRX에 처음 '총'이 장비되죠. R-Gun도 이 때 처음 나오고 말이죠.
(이 때 잉그램과 베레타가 처음 나옵니다. 주인공 선택시에 남자는 잉그램, 여자는 베레타였죠.)

하지만 신수퍼로봇대전은 1996년에 나온 작품입니다. 이 당시에는 SRX의 최강무기는 '천상천하염동폭쇄검'이었습니다. 총은 없었죠. 물론 잉그램과 베레타도 안 나왔습니다.^^
(그 유제스도 신수퍼로봇대전에서 처음 나옵니다.^^)

아, 그리고... 두 게임을 전부 다 해봤습니다만... 수퍼히어로작전의 로딩은 신수퍼로봇대전에 비하면... ㅎㅎ
(전투씬 로딩에만 1분부터 시작합니다. 게다가 스킵도 안 돼요... ㅠ_ㅠ)

나름대로님 - 개인적으로 평가하는 것의 차이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BD 시리즈가 건담 게임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그저 '처음으로 등장한 1인칭 건담 조종 오리지널 스토리 게임'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설명이 장황해진 이유는 최초의 오리지널 게임 스토리는 SFC로 나온 '건담 배틀 택틱스'가 원조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처음으로 건담 픽시와 이프리트라는 오리지널 유닛이 등장하죠.^^) 게다가 최초의 1인칭 건담 조종 게임은 위에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PS용 건담이 최초고 말입니다.

게다가 1인칭 건담 조종 게임은 SS용의 BD 시리즈, PS용의 건담 1.0/2.0 시리즈, DC용의 '콜로니가 떨어진 땅에' 정도가 전부입니다.(PS3용과 X-Box360용 게임 얘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해 보질 않아서 1인칭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쩝) TV 모니터로 하는 1인칭 게임의 특성상 그 좁은 시야 때문에 조종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으니, 유저들은 외면할 수밖에 없겠죠. 후세에 받쳐주는 녀석들이 없이 대가 끊겼으니 게임적인 의미는 비교적 크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BD의 의미는 '게임 오리지널 => 소설화 => 게임 오리지널 캐릭터의 인기 상승" 의 시발탄으로 찾을 수 있겠습니다. ^^


여담으로... BD 시리즈는 처음부터 08소대와의 연계를 통한 게임시리즈로 나갈 생각이었습니다(그러니까 아예 작정하고 게임 오리지널은 아니라는 것.). 내부 사정을 잘 몰라서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좀 뭣하지만, 제작 기간과 발매 텀 등을 고려해 본다면, 처음에 생각없이 만들었다가 나중에 스토리가 없어서 0083의 스토리를 차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마치 0083도 중간에 스토리가 변경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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