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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앗구, 앗구가이 - 어떻게 읽어야 하죠? about Gundam

건담의 작명들은 생각없는 옥시덴털리즘의 산물이라서, 그들이 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면 표기조차 어려운 것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십 수년 전부터 그 표기가 점차 영어로 되어가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그것들도 원칙이 없이 팬들이나 제작진들에 의해 그때 그때 임시방편적으로 쓴 것들이 많지요. 이는 일본어식 외래어 표기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나름 '순화'해서 수입하는 한국어식 외래어 표기와 많은 충돌과 마찰을 갖게 됩니다.

일본어의 발음기호대로 아무 생각없이 번역이나 해석을 하다보면, 우리 말로 바꾸었을 때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표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그 표준은 일본어와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 기준을 그 원칙으로 영어 표기를 유추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영어 표기를 기준으로 한국어의 발음을 표준어 발음 구성에 알맞게 맞추어 써야 할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Agg 시리즈 4인방의 기체 이름을 한 번 볼까요?

일본어의 외래어 표기에서 유성음은 이전의 음절에 촉음을 추가함으로써 무성음과 구분을 짓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Back에서 ck은 무성음입니다. 이 때의 일본어 표기는 バク가 됩니다만, 영어의 Bag은 g가 유성음이기 때믄에, 일본어로 표기할 때 촉음을 붙여 バック로 표기가 되죠. 


그런데 나름 부족한 발음기호로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만든 이런 원칙이, 때로운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우스꽝스러운 발음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bet는 ベト로 표기되지만, bed는 ベッド로 표기되는 것과 마찬가지죠. 우리가 읽을 때에는 전자의 발음이 '벳 / 베트'라고 되겠지만, 후자의 발음은 '벳도'로 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영어는 한국어의 거센소리와 평소리의 발음이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지만, 일본어는 힌국어의 거센소리와 큰소리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영어가 '뜨 / 드'를 구분하지 않는 데 반해, 일본어는 '트 / 뜨'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는 윗 소리의 한국어 표기에 혼란을 발생시킵니다.

또 하나의 문제. 한국어는 이전 음절의 받침이 무성음일 경우, 뒤의 소리가 유성음이라 할 지라도 자연스럽게 큰소리나 거센소리로 발음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탁구'라고 표기하지만 '탁꾸'라고 발음되는 것이죠. 이는 한국어의 발음의 특수성과는 완전 다른 것입니다. 모든 언어는 발음이 편한 대로 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무성음 받침 뒤에 유성음 첫 소리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해하지 못하시겠다면, 의식적으로 '탁꾸'가 아니라 '탁구'라고 발음해보세요. '나뭇잎'을 '나문닢'이 아니라 '나무싶'(ㅍ은 일부러 ㅂ으로 안 고친 겁니다.^^)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탁구'를 '탁구'로 발음하는 것은,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

위에서 말씀 드렸던 기억하시죠? 일본어는 거센 소리와 큰 소리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Bed'를 '벳또'라고 발음해버려도 뭐가 문제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베드'라고 읽지 않고 '벳또'라고 읽으면, 그것도 개그죠.

그렇다면, 소위 Agg 4총사 놈들의 발음은 다음과 같은 맥락에서 영어 표기를 유추해야 할 것입니다. 

アッガイ (앗가이) - 일본어 표기르 토대로 영어 표기를 생각해본다면 이 놈의 영어 표기는 Aguy / Agguy 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읽을 때에는 '애거이 / 아가이" 정도가 되어야겠죠. 그런데 이 놈의 공식 영어표기는 다행스럽게도 (이유는 나중에 설명.) Acguy. 그렇다면 우리말 영어 표기는 "액거이 / 악가이" 정도로 하면 될 겁니다. 

アッグ (앗그) - 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영어 표기를 추측해보면, Ag 혹은 Agg 정도로 추측 가능할 겁니다. 일본 위키에서는 ACG, AGG가 혼재되어 있군요. 우리 말로 읽을 때에는 '액 / 악' 정도로 표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ゾゴック(조곳크) - 영어 표기는 Zogok. 우리 말 표기는 '조곡 / 조고크' 정도가 좋겠군요.

ジュアッグ (쥬앗그) - 이 놈의 영어 표기는 매우 혼란스러운데, 위키에서는 JUAGG,JUAGGU,JUACG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일본어 표기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자면, JUAGGU와 JUAGG인데, 가장 최근의 표기는 JUAGGU를 따르고 있습니다. ( http://i1.ruliweb.daumcdn.net/uf/image/U01/ruliweb/4F27EADF37645D0027) 그래서 이를 토대로 우리 말 표기를 만든다면, '쥬아구 / 쥬애구' 정도가 되겠네요.


アッグガイ (앗그가이) - 이름이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헷갈리는 이름을 가진 녀석인 이 놈의 표기는 위의 기준을 원칙으로 정리해보면, AGGUY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위키에서는 ACGUY도 혼재합니다. 그러나 다행히 MG 앗가이를 출시하면서, ACGUY란 이름은 지금의 액거이가 가져가게 되죠. 위에서 다행이란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이 표기를 한국어 표기로 적용하면, "애거이 / 아가이" 정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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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말이 많았지만, 다음과 같은 식으로 최종 요약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アッガイ - 악가이 / 액거이

アッグ - 악 / 액

ゾゴック - 조곡 / 조고크

ジュアッグ - 쥬아구 / 쥬애구

アッグガイ - 아가이 / 애거이




뱀발 - 실제 병기였다면, 저런 식의 작명은 절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군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군은 비슷한 발음의 어휘가 들어가는 것도 매우 싫어하죠. 무선으로 듣는 말은 아무래도 이해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정도로 유사하게 이름을 지어버리면, 보급 담당이든 야전 병사든 오해가 무지하게 많이 빚어질 수밖에 없음은 명약관화할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 놈들이 공통 규격의 병기가 아닌, 고유 내장 병기를 쓴다는 것. 이런 황당한 상황도 가정 가능할 겁니다.

"즈곡용 병기 팩을 부탁한다. " - "말씀하신 조곡용 병기 팩 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즈곡은 발톱 세 개만으로 힘겹게 부머랭을 집어 들고.....

덧글

  • NoLife 2012/02/03 17:15 #

    일단 반다이 코리아 공식표기인 즈곡크(Z'gok-ズゴック)의 경우를 보면 Zogok-ゾゴック는 조곡크라고 읽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럼 같은 반다이 코리아 공식표기인 앗가이를 따르면 나머지는 앗그, 쥬앗그, 앗그가이라고 읽어야할텐데...
    ...애초에 반다이 코리아 네이밍도 오락가락하는 터라(...)
  • 빌게이츠 2012/02/14 03:02 #

    반.코. 네이밍은 이미 포기해버렸습니다. ^^
  • draco21 2012/02/03 20:11 #

    전 저 작명들이 어떻게 나왔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 누가 어떤식으로 어떤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을까 하는것 말이지요.
  • 빌게이츠 2012/02/14 03:03 #

    토미노 감독이 아무 생각없이 이름 지었던 건 저 당시 유명했던 얘기죠. 시간에 쫓기면서 만든 기체들이라 더욱 심했고요.^^
  • 잠본이 2012/02/03 22:35 #

    아무래도 실제로는 제식번호로 구분하지 않았을까 싶(...)
  • 빌게이츠 2012/02/14 03:03 #

    가장 그럴 듯 합니다.^^
  • 한컷의낭만 2012/02/04 10:50 #

    뭐 별생각 있었겠습니까..
    그냥 대충 지은거겠죠~~~~

    반다이코리아식 공식명칭도 뜯어보면 한글맞춤법이나 영어발음기호표 완전 무시한 경우. 심지어 일본 반다이의 카타가나 표기까지 싸그리 무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을 뒤져보자니... 인터넷 상에서 사람들이 부르는 걸 그대로 옮겨놓았더군요.

    대표적으로.. Avalanche Exia.

    영어발음기호표로 대충 적어보면 애벌랜치 혹은 애벌랜취 정도가 제일 근접할듯 싶고, 프랑스어로 가면 아발라시 혹은 아발라쉬 정도가 제일 근접.. 일어 카타가나 표기에는 아바란치. 입니다만..
    저걸 대체 누가 아발란체!로 읽는답니까. 이런 정체불명의 표기도 있는데요 뭐...

    저거 가지고 반다이코리아에 문의를 해봤더니 돌아온 답변이 걸작이었는데. 요약하자면 "아 몰라~ 남들 다 아발란체라고 읽잖아. 그래서 그렇게 표기하는 거야"라고.. -_-;

    그러고보니 비슷한 웃긴 케이스로.. 프톨레마이오스도 있습니다. Ptolemaios. 외래어표기법에 의거 프톨레마이오스가 명확한 명칭으로 아예 규정되어있는데, 잘 쓰다가 갑자기! 이걸! 뜬금없이! 프토레마이오스라고 공식명칭을 바꿔버리더군요.

    저걸 보고 뭐 걍 포기해버렸습니다. 으하핫.
  • 빌게이츠 2012/02/14 03:07 #

    이것과는 달리, 의식적으로 r을 l로 바꾸어서 말을 만든 경우도 허다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 '게이머즈' 팀의 '타일런트'인데요.

    원 스펠은 tyrant, 즉, '폭군'이라는 뜻입니다. 티라노사우르스의 Tyrano가 영어식으로 변해 tryant가 된 겁니다. T-Rex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하죠 .(Rex는 라틴어로 왕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게 '게이머즈(당시에는 '게임라인')' 팀의 생각없는 오역으로 '타일런트'가 되어버렸습니다. 원래는 "타이런트"가 맞는 말인데 말이죠. 이게 코코 캡콤의 번역에 영향을 미쳤고, 캡콤 코리아도 이 번역을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당연하죠. 다 같은 인간들이 번역했는데.), "타일런트"로 완전히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여간 일본식 영어는 이래저래 한국어로 번역하기가 힙듭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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